
암호화폐(Crypto)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인 게리 겐슬러가 최근 한 말이다. 미국의 증권 규제를 담당하는 SEC에 이런 생각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최근 암호화폐와 관련된 집행 조치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건 당연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규제가 거의 없던 20세기 초 야생의 서부와도 같던 암호화폐(가상자산) 산업이, SEC는 물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법무부(DOJ)의 핵심 관심사로 변해가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
SEC는 암호화폐 산업을 옥죄기 위한 노력을 노골적으로 지속했다. SEC는 투자자를 오도하거나 암호화폐를 불법적으로 홍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유명 인사들을 추적하는 등 주요 암호화폐 업체를 상대로 한 그들의 집행 여기저기 알려지도록 노력했다. 이들의 집행 조치는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일부 업체들은 수백만 달러의 합의를 통해 집행조치를 해결했다.
그러나 SEC의 단속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시행 방식이다. 우리는 SEC의 행보를 보고 암호화폐와 기타 디지털자산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강력한 법안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규제당국의 감독 행동은 때때로 90년이나 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SEC가 기존 법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의존해 집행 노력을 계속 강화하면서 두 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첫째는 그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두 번째는 구닥다리가 된 증권법과 암호화폐 산업 중 무엇이 먼저 무너질지다.
다음 타깃은? '암호화폐 지갑(월렛)'
규제 당국의 조치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 X(트위터)는 암호화폐 지갑과 특정 디지털 자산 거래가 다음 목표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연방 규제 당국의 조치와 해당 기관의 간행물, 공지를 통한 신호를 바탕으로 디지털자산 규제는 두 가지 방식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1934년 증권거래법(거래소법)이 암호화폐 지갑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제도(KYC)의 적용을 받는 전통 금융기관은 믹서(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술) 등으로 인해 디지털자산 영역에서의 규제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먼저 확대가 예상되는 규제 영역은 브로커로서의 암호화폐 지갑에 대한 규제다. 이는 앞서 SEC가 지난 3월 암호화폐 거래소를 고소하기 전에 코인베이스에 보낸 웰스 노티스(SEC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개인 또는 기업에 해명을 요구하는 사전 통지서)에서 처음 언급됐다.
이 통지서와 그간의 소송에서 SEC는 사용자에게 디지털자산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코인베이스 월렛이 거래소법을 위반해 미등록 브로커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법은 '중개인'을 '타인의 계좌를 위해 증권 거래를 대행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인베이스는 자사의 월렛 제품은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며, 중개 활동에서 관례적으로 수행되는 전통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는 해당 지갑이 유통 시장 거래와 연동하는 데만 사용할 수 있으며, 코인베이스의 관점에서 이러한 유통 시장 거래는 투자 계약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증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코인베이스는 이전에 '지갑 스와프' 기능을 사용할 때마다 1%의 수수료를 받았으나,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않는다고 반박했다.
SEC는 이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다. SEC는 코인베이스는 물론이고 또 다른 거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지갑 서비스를 미등록 브로커-딜러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모두 고소했다.

두 번째 타깃, 전통 금융기관
두 번째로 단속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디지털자산 거래에 진입한 전통금융(TradFi·트래드파이) 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다. 새로운 암호화폐 기능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기관은 AML과 KYC 법률을 준수하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설계, 구현하고 유지하는 게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는 규제 당국의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AML·KYC 법률이 시행되면 기존 금융기관들은 통제할 수 없는 정보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체 거래 중 10% 이상이 자산 도난 수익과 관련돼 역추절될 수 있는 경우, 해당 거래를 식별할 수 있는 내부 정책을 고려해 보자. 현실적으로 이런 신고 기능을 갖춘 규정 준수 프로그램에는 암호화폐 업계 안팎 대부분의 회사 역량을 훨씬 뛰어넘는 제삼자의 협조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 기관이든 민간 수사 기관이든 도난 사실을 파악하고 관련 지갑이나 코인을 추적하고 식별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해당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 저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도난·해킹과 관련된 코인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저장소가 여러 개 필요하게 되면 저장소의 확산으로 인해,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불법적이고 문제가 있는 거래를 선별하고자 하는 회사는 모든 거래에 대해 데이터를 선별해 문제가 있는 거래에 플래그를 지정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를 제외한 모든 단계에서 금융 기관은 규정 준수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입력을 생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작업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탈중앙화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규정 준수에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급속한 확산
암호화폐 규정 집행 환경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기관은 규제 당국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런던에서 열린 핀테크위크에서 '규제 명확성'의 부족을 언급하며 "필요한 모든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가 암스트롱의 "명확한 규정집을 원한다"는 말에 동의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분야를 규제하기 위한 명확한 규칙을 만드는 대신, 규제를 담당하는 여러 연방 기관은 수십 년 전의 법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의존해 왔으며, 그 당시에는 디지털 자산의 기반이 되는 바로 그 기술을 고려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규정 미준수'(또는 불법 행위)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규정 미준수의 출현은 단지 규제 혼란의 부산물일까?
정립된 규제(rulebook)를 기다리는 동안 투자자와 거래소는 연방 증권법과 은행 규정의 다양한 해석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암호화폐 산업이 잘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각 거래는 연방 기관들이 급변하는 암호화폐 산업에 수십 년이 묵은 법을 적용하려는 끈질긴 노력으로 인한 규제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문 작성 :Ethan G. Ostroff, Michael S. Lowe, Samuel F. Rogers, Brett E. Broczkowski
에단 오스트로프(Ethan G. Ostroff) 미국 유명 로펌인 트라우트맨 페퍼(Troutman Pepper) 버니지아비치 사무소의 파트너 변호사다. 마이클 로우(Michael S. Lowe)는 필라델피아 및 로스엔젤레스 사무소의 파트너 변호사이며, 사무엘 로저스(Samuel F. Rogers)는 미국 펜실베니아 동부 지밥법원의 사법법 서기다. 브렛 브로츠코스키(Brett E. Broczkowski)는 라우트만 페퍼 필라델피아 사무소 소속 변호사다.
원문: 김제이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번역·편집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트코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