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캐피털(VC)업계는 지난 몇 분기 동안 상당한 모멘텀을 잃었다. 글로벌 벤처 펀딩은 지난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시장에 남아있는 자금은 이제 인공지능(AI)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은 격변기를 겪은 후 AI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에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됐다.
VC 시장은 지난해까지 높은 투자를 지속했지만 현재 높은 금리와 공급망 부족으로 인해 세계 시장은 활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필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분야에서 일을 하며 직접적으로 이런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2020~2021년만 해도 아이디어만 존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은 큰 금액을 투자하곤 했다. 하지만 현재 아무리 유망한 스타트업이라도 벤처캐피털의 관심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벤처 자금은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1270억 달러를 지출했던 지난해 2분기에 비해 49% 감소했다. 전체 거래 규모도 37% 크게 감소했다. 지난 분기 6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9500개 이상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투자 시장의 활기가 급격히 감소한 주된 이유는 금리의 영향이 컸다. 제로 금리에 가까운 수준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5.5%까지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위험한 결정을 내리기에 매우 높은 수치다.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에서 투자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출구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슬로우 벤처스 공동 설립자 케빈 콜러란은 "지난 18개월 동안 어떤 수표도 쓰지 않았다”며 “나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야 할 30개의 포트폴리오 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더 이상 고통을 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체 암호화폐 업계는 올해 2분기에 382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는 총 23억 4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 121억 4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암호화폐 및 웹3 스타트업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총 290억달러와 330억달러를 모금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폭락의 원인은?
2020년부터 시작된 과대광고에 힘입은 상승세 이후, 수많은 재앙적인 사건들이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VC마저 낙담하게 했다. 셀시우스, 보이저, 3AC, 테라-루나, 그리고 FTX의 실패는 2022년을 암호화폐 투자의 악몽으로 만들었다.
특히 FTX의 CEO인 샘 뱅크먼 프리드는 유명 VC들에 존경 받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컸다. FTX의 실패는 암호화폐 산업에 남아 있던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주요 투자자들은 더 안전한 투자처로 이동했다. FTX의 투자자였던 세쿼이아와 같은 대형 벤처캐피털은 암호화폐 펀드를 삭감했다.
인공지능의 등장
FTX 붕괴 이후 AI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시장의 공백을 채웠다. 그 이후로 AI는 거침이 없었다.
AI 프로젝트는 엄청난 밸류에이션을 받으며 대규모 벤처캐피털 라운드를 이끌고 있다. 생성형 AI 스타트업은 올해 1분기 16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앤트로픽(Anthropic)과 같은 기업은 4억 5000만달러를 모금했고, 어뎁트 AI는 3억 5000만달러를 모금했다. 지난 6월 인플렉션(Inflection) AI가 40억달러의 가치로 13억달러를 모금했을 때만 해도 그 숫자는 거의 두 배에 달했다.
벤처캐피털이 인기 있는 트렌드를 쫓는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AI의 엄청난 인기는 암호화폐에 해를 끼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추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메타버스 스타트업 중 한 곳이 4대 벤처캐피털 중 한 곳으로부터 프리 시드 투자를 거의 확정지었다. 하지만 일주일 후 FTX가 폭락했고 벤처캐피털은 투자 계약을 철회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AI는 현재까지 약 28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는데 전 세계 벤처캐피털 자금의 약 20%에 해당한다.
메타버스 야망을 알리기 위해 사명을 변경한 메타(Meta)와 같은 회사는 비전을 상당히 축소했다. 암호화폐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핵심 제품에 AI 구성 요소를 추가하고 있다. 자다(Jada) 같은 프로젝트는 오늘날 순수 암호화폐 프로젝트보다 주류 VC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일부 프로젝트는 실제 AI 기능을 혁신하고 통합해 제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프로젝트는 단지 AI 트렌드에 기댈 뿐이다. AI는 암호화폐의 핵심 가치에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AI 요소가 탈중앙화로의 전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나는 살아날 것을 확신한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주류 AI와 달리, 암호화폐는 10년 이상 존재해 왔다. 암호화폐 경제의 주기적인 움직임 덕분에 약세장이 끝나면 더 많은 혁신과 투자자의 관심이 있을 것으로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 ▲금리 인하 ▲글로벌화된 암호화폐 규제 ▲비트코인 ETF 승인 등은 벤처캐피털의 자금 유입을 촉발할 수 있다.
이 크립토 윈터 시기 암호화폐 창업가들은 소규모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조용히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이더리움이나 에이브와 같은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여러 번의 약세장을 겪었지만, 더 나은 제품과 사용자 경험으로 이를 극복했다. 다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리스 콜 베스윅은 트랜센드 랩의 설립자이자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원문: 김기만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번역·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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