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토큰에 한정되지 않는다. 집권의 분산화라는 거대한 기치 아래서 탄생한 만큼 블록체인은 인프라 기술로 뻗어 나가고 있다.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의 다운 사이클에서도 블록체인 업계는 의미 있는 인프라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를 나누고 모으고 분석해 다듬는다.
암호화폐(가상자산) 업계에서 지난 2020년, 2021년은 대체불가능FT토큰(NFT)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올해 NFT를 묻는다면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NFT 데이터 전문 분석 플랫폼 엔에프티고(NFTGo)에 따르면 NFT는 지난 불장이 지나간 뒤에도, 1년간 97억4000만달러(약 13조원)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블록체인 인프라가 발전할수록 NFT 역시 활용분야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이미지 중심의 프로필픽처(PFP) NFT가 수억원을 호가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나, 최근에는 NFT와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를 결합한 NFT.Fi가 나오면서 NFT는 지적재산권(IP)이나 멤버십과의 결합에 그치지 않고 금융까지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이나 미술품처럼 거래량이 낮은 NFT의 정확한 가치를 매기는 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NFT뱅크(컨택스츠아이오)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불모지에 가까웠던 NFT 가치 평가를 위해 온체인 데이터를 밤낮없이 분석하고 있다.
NFT뱅크의 운영사인 컨택스츠아이오는 그라운드X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출신 김민수 대표가 2020년 창업한 회사다. NFT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적정 가격을 제시해 주는 자산 관리 플랫폼 'NFT뱅크'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지난 1일 NFT라는 시장 안에서 온체인 데이터를 가공하며 만들어 나가는 NFT뱅크의 젠슨 얍(Jensen Yap) 시니어 데이터 엔지니어를 만났다.

저마다 고유한 NFT, 온체인 데이터 분석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과 같은 코인 또는 토큰들은 1초에도 수많은 거래가 이뤄진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는 시장이다. 하지만 NFT는 다르다. 같은 컬렉션이라고 해도 각각의 토큰들이 모두 가치가 다르다. 그렇기에 거래량도 FT에 비해 현저히 적다. 갖고 있는 사람이 팔아야 하고, 사고 싶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얍 시니어 엔지니어는 "NFT를 부동산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같은 단지에 있는 아파트여도 평수가 다르고, 주차장 접근성이 다르다. 이런 걸 트래이츠(traits, 특성)하는데, 트래이츠를 고려해서 NFT의 가치를 매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NFT와 관련된 온체인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고객한테 완제품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면에서 요리사와 비슷하다"며 "고객한테 전달해야 할 NFT 정보가 비빔밥이라는 완성된 요리라고 한다면, NFT뱅크의 데이터 엔지니어들은 지금 부엌에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부족한 재료는 시장에 나가서 사 오고, 재료가 다 갖춰지면 비빔밥이라는 요리에 맞게 다듬고 조리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NFT뱅크가 보유한 NFT 관련 온체인 데이터를 파악한 뒤 추가로 필요한 데이터는 시장에서 더 수집하고, 고객이 원하는 프로덕트에 맞춰 온체인 데이터를 해석하고 분석해 '정확한 가치가 있는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다. NFT금융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만큼, 저마다의 NFT의 정확한 가치산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NFT뱅크는 그 중에서도 어떤 댑(DApp)에서 NFT를 취득할지, 취득한 NFT를 언제 얼마에 내놓아야 가장 잘 팔릴지를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안한다. 적정가 책정 알고리듬 견고화에 집중했다.
NFT.Fi 플랫폼들에서 NFT를 담보로 하는 대출 상품, 일명 'N담대'(NFT 담보대출) 상품들이 나오면서 NFT뱅크의 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NFT 자산 시가를 계산하고 있다. 그는 "NFT 담보 대출 서비스들을 위해 API 가치평가도 제공하고 있다. 가장 높은 총예치금액(TVL)을 보유하고 있는 N담대 플랫폼들에서 NFT뱅크의 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NFT 자산 시가를 계산하고, 이 시가의 일정 비율을 LTV(담보인정비율)로 설정하면, 이 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를 빌려줄 사람들이 들어와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산업, 빠르고 정확한 분석이 관건"
얍 시니어 엔지니어는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연세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쿠팡, 그라운드X, 뱅크샐러드, 코빗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뱅크샐러드나 쿠팡에서는 규제도 많았고, 이런 규제 때문에 필요한 라이선스도 많았다. 다양한 법규에 의해 내부통제나 개인정보부터 다 보호해야 했기에, 데이터 수집하는 것부터 순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블록체인은 시작부터 거대한 데이터가 공유된다. 그렇기에 옆 회사가 만든 프로덕트에 제가 아이디어를 얹어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개방성이 기존 웹2 회사들에서 데이터를 만질 때와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차별점"이라면 "개인적으로 블록체인 산업은 데이터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데이터를 의미 있게 만들어야 돈이 된다. 이커머스 기업들도 데이터를 테라바이트 단위로 다루는 곳이 없었다. 온체인은 데이터의 단위가 기본적으로 테라바이트다. 산업의 시간이 그대로 데이터에 모두 기록되기 때문"이라며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지만, 의미 있는 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가공할 수 있냐가 경쟁력이다. NFT뱅크는 새로운 체인이 나오더라도 확장하기 쉽게 데이터 관련 아키텍처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하는 암호화폐 시장이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얍 시니어 엔지니어는 묵묵히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결국엔 대중적인 유즈케이스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17년 불장 때 코빗에 입사한 후 2018년에 하락장이 시작됐다. 침체기 동안 업계를 떠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꾸준히 인프라 만들고 있다.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계속돼야 결국에 대중적인 유즈케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며 "기술이라는 건 계속 발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업앤다운 사이드에서 돈만 생각하면, 기술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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